회고록

일식 CEO 출신 주니어 개발자 2024 회고록

빈코 2024. 7. 5. 14:18

 
2024년의 시작은 개발에 대한 슬럼프로 시작했다. 아니? 인생에 대한 슬럼프였을지도 모른다. 
6개월 간의 긴 방황 끝에 제일 친한 친구의 한 마디 조언으로 나는 슬럼프를 극복해 나갔다. 그 친구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한 해를 되돌아본다.
 

모든 변화는 상황의 인지부터 시작된다

이직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하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만족스러워서 그런지 자기 계발에 손을 놓았다. 매일 아침에 하던 운동도, 일 끝나고 혼자 공부하던 시간들도, 주말에 카페에 가서 자격증을 준비하던 시간마저도 나에게는 필요 없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인간에게 가장 큰 위기는 '자기가 위험한지도 모를 때'라고 한다. 아마 난 가장 위험한 시기를 겪은 걸 지도 모른다.
 
운동을 안 하다 보니 자연스레 살이 찌기 시작했고, 주말에는 컴퓨터를 켜고 게임하기 바빴다. 그런 삶이 계속되다 보니 삶이 무료해지고 변해버린 내 모습에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살 왜 이렇게 쪘어?"라며 놀랬다. 
 
사실 변해보려고 노력도 했었다. 다시 헬스장을 끊고 나가보기도 하고, 유튜브도 해보고 싶어서 학원도 다녀보고 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또다시 자연스레 컴퓨터 앞에 앉게 되고 온라인 친구들과 함께 게임 세상을 누비곤 했다. 웃긴 얘기지만, 게임이 그렇게 재밌진 않았다. 단지 할 게 없어서. 내가 지금 내 무료함을 달래 줄 유일한 수단이 게임이어서. 온라인 세상에서는 살찐 내 모습을 들키지 않을 수 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개월이 흘렀다. 가장 친한 친구랑 어느 때와 다름없게 전화를 하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그 친구도 나도 결혼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돼야 좋은 결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항상 했었다. 그 친구가 문득 넌 멋진 사람이니깐 좋은 결혼 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그때 당시의 내 모습은 전혀 멋있지 않았다. 서로 거리가 멀어서 안 본 지 꽤 됐던 시점이었는데, 그 친구의 기억 속에서는 6개월 전의 열심히 살던 내 모습으로 아직 시간이 멈춰있었기에 그렇게 얘기를 해줬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솔직하게 현재의 내 모습을 이야기하며 고민을 털어놨다. 친구는 한참을 고민을 들어주다가 나에게 "모든 변화는 상황에 대한 인지부터 시작해"라는 말을 했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지금 슬럼프인걸 그제야 깨달았다. 친구는 이어서 자기는 매일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곱씹어보며 소화시킨다고 말했다. 대단해 보였다. 곧이어 나도 누군가에게 대단해 보이고 싶었다. 
 
다음날, 난 바로 공책과 볼펜을 샀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첫 줄에는 목표 몸무게와 현재 몸무게, 그다음 줄에는 하루에 지출한 금액들, 그다음 줄에는 하루 운동량 마지막은 하루를 되돌아보며 일기를 써 내려갔다. 그렇게 또다시 6개월이 흘렀다. 내가 바뀐 거라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생겼을 뿐인데, 내 삶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공책에 뭐라도 쓰기 위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하루 공부 1시간' 이라는 7글자를 쓰고 싶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보니 멈춰있던 내 블로그도 다시 재가동을 시작했다. 꾸준히 유입자가 늘어가는 걸 보면서 '20만 블로그'라는 목표가 생기고 이제는 한발 한발 천천히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6개월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슬럼프 기간이 그저 조언 한마디에 끝이 났고 난 그 조언을 해준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이 글을 누군가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지금 인생에 대한 무료함을 느끼고 있다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보안 일지: 일 년의 기록👮‍♂️

이직하고 거의 6개월간은 유지보수 및 커스텀 기능을 개발하면서 회사 제품 소스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 정규버전에 도입할 큰 기능을 도맡았다. 회사의 내부적인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순 없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제품 내 여러 곳에서 사용하는 기능을 한 군데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모듈화 하는 작업과 특정 기능을 사용하려는 사용자들을 선택하는 것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했다.
 
해당 작업들을 성공리에 마치고 내가 회사 내에서 가장 존경하는 과장님한테 고생했다며 인정받았을 때의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팀장님과 일대일 면담을 할 때도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나 회사 생활 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는 것 같다. 인정을 받으면 좋은 결과를 계속해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그러기 위해선 더 집중하고 노력해야 하기에 좋은 선순환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큼지막한 기능들 이외에도 다른 필터 시리즈 연동, 분기마다 시행되는 정규버전 업데이트 및 Saas 서비스 업데이트, 다중검색 모듈화 기능, 기술지원, 커스텀 기능 개발 등 다양한 작업들을 해왔다.
 

 
이직한 지 일 년 반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많은 기능들을 만들면서 스스로 부족함도 많이 느끼게 되고 한편으로는 내가 만든 기능들을 고객사에서 사용하는 걸 봤을 때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뿌듯했을 때는 개발 기한에 쫓겨 급하게 만든 기능들을 혼자서 시간을 투자해 리팩터링 하는 과정을 거쳐 추후에 유지보수 편하게 만들었을 때였다.
 
이전에 만든 기능들은 아무리 Jira에 상세내용들을 작성한들 개발코드 전부를 설명할 수 없기에 코드를 개떡(?)같이 짜면 항상 질문이 들어오기 일쑤였고, 코드리뷰에서도 말이 나왔었는데 리팩토링 하는 과정을 거치니깐 시간이 지나 해당 코드들을 까먹은 내가 봐도 이해하기 쉬웠고, 다른 개발자분들도 해당 코드에 대한 특별한 질문들이 없었다.
 
이제 곧 대리라는 직책을 가지기에 조금 더 내가 만든 코드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부사수가 들어올 것이고, 그분에게 좋은 개발 문화를 알려주기 전에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개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주말에 스터디 모임을 나가서 개발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직업은 각기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이 모임의 일원으로서 나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
 
이제는 아침 공부만 계획했던대로 하루에 한 시간씩 하면 될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지키기가 아직도 너무 힘들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유연근무제여서 언제 출근해도 상관없기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만 마음이 다 잡히지 않는다. 아침에 상식 관련 책 챕터 한 개를 읽는 게 고작이다. 내년에는 조금씩이라도 개발 코드를 공부해 볼 생각이다.
 
올해 6월에는 전사 워크샵을 다녀왔다. 충주로 갔는데 보물 찾기부터 체육대회, 노래자랑까지 재밌는 시간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연구소 대표로 노래자랑을 나가게 되었는데, 사실 당일 점심부터 너무 떨려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니겠지만, 나한테는 큰 도전이었다. 
 
상금이 꽤나 컸지만, 사실 나한테 상금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나중에 좋은 개발자로 커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어 이참에 강연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수백 명 앞에서 뭐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대 서기 바로 직전까지 엄청 떨렸지만,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 떨리지 않고 호응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결과는 2등을 하게 되었다.
 
체육대회도 우리팀이 1등을 해서 상금을 받았는데 총 7백만 원을 팀원수대로 나눠가지게 되었고, 노래자랑에서도 2등 상금을 받아 목돈이 생기게 됐는데, 내가 노래를 부를 때 열심히 응원해 줬던 우리 팀에게 커피를 돌리고 특히나 많이 응원해 주셨던 과장님과 부장님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부장님이 우스갯소리로 '너 아니었으면 연구소 아무도 안 나가서 망신이었다'라며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다음에 그런 자리가 생기면 나가진 않을 거다 ^^;
 

대전 IT 모각코

 
주말에 자주 나갔던 스터디 모임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임장과 부모임장이 해외로 파견을 나가면서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사실 모임장님이 앞으로 대신 스터디를 이끌어 갈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내가 해볼까?'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적으로는 하지 않았다.
 
스터디 모임 자체가 직업 상관없이 모여서 각자 공부를 진행하는 거였는데, 이왕 내가 모임을 운영할거면 나와 비슷한 IT 계열들의 사람들과의 모임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친한 개발자 친구와 함께 '대전 IT 모각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너무 들어오지 않아서 '대전에는 모각코(모여서 각자 코딩)가 없었던 이유가 있구나' 생각을 했는데, 꾸준히 주말에 스터디하는 사진을 올리고 홍보를 하다 보니깐 어느새 지금 31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10월 28일에 개설했는데 2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보다 많은 개발자들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모임을 운영하면서 모임 장소 섭외와 각 모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과정들이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IT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대화하며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귀중한 시간들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모임을 운영하면서 IT 업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그분들의 귀중한 경험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나가고 싶다
 

늦기전에

 
문득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로 전직하는 과정에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마치 맨 땅에 헤딩하듯 시작했었다. 4년 차가 된 지금 그때 준비했던 과정들을 되돌아보면 잘한 부분도 있었지만, 다소 아쉬운 준비과정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비전공자분들을 위한 전자책을 발간하기도 하고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면서 개발자가 되는 과정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곤 했다. 
 
한국에는 현재 날짜 기준으로 12,823개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은 단 1개, 그 안에서도 웹 개발자분들에게만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 통계청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일평생 3번의 전직을 한다고 한다. 몰론, 주변에서 도움을 받아 전직하는 경우도 왕왕 있겠지만, 모두가 그럴까? 당장 4년 전의 나를 돌아봐도 그런 인맥이 없어서 맨 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은 가장 주된 이유는 이직, 전직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무자와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크몽 사이트에서 대기업 개발자분과의 짧은 소통을 했던 것이 내가 준비하는 모든 과정들을 변화시킨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전직, 이직하는 과정에서 해당 직업의 현재 종사자들과의 대화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1. 현재 AI가 발전하면서 사라지는 직업들과 새로 생겨나는 직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 2023년부터 한국은 고령화 문제로 인한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이야기가 붉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3. 한국의 교육 문화는 19살까지 국, 영, 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가 없다. 대학 입시라는 물살에 휩쓸려 성적에 맞춘 학과를 선택하고 졸업하며 이후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직업으로 인해 전직하는 경우가 많다.
4. 3번의 문제로 인해 대학을 안 가려는 추세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기성세대의 생각과 다르게 요즘은 전문직이 떠오르고 있으며, 해당 직종을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낫다는 추세이다. 
 
4번까지의 이유를 종합해 봤을 때, 수많은 직업들을 소개하고 해당 직업의 종사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몰론, 실무자들과의 소통은 유료 서비스가 되겠지만, 전직하는 과정은 자신의 인생의 큰 결정이기에 그만한 값어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는 큰 틀을 짜고 있고, 세부적으로는 유스케이스 작성, DB설계, 기획, 간트 차트 작성, 프로젝트 생성 등의 작업들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가 작지는 않아서 내년부터 진행하는 과정 중간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대전 IT 모각코' 멤버들을 합류시키려고 생각 중이다. 
 

나에게 제주도란 언제나 봄이었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3월에는 본가가 대전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어머니가 대전에 계실 때 건강이 많이 악화되셔서 작년에 판교에서 대전으로 이직하게 되었는데, 내가 옆에서 돌봐드려도 크게 호전이 되질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새벽마다 응급실에 가셨고, 대학병원이란 대학병원은 다 가도 병명을 알 수 없었다. 매일 어지러워하시고, 몸이 타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하셨다. 몸무게는 39킬로가 되셨고, 잘 먹지도 못하시고 웃음 또한 잃어버리셨다. 
 
참 답답했다. 가족이 아파서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이 참 미웠다. 병명도 알 수 없어서 치료 방법을 몰라 그 부분도 답답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가 2년 전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안 좋은 일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시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그 일만 아니었으면..'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환경을 바꿔드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형과 전화해서 엄마를 친형 곁으로 이사시켜 드리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고, 형도 그게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친형은 제주도에 산다. 제주도에서 지금은 2살이 된 조카를 키우고 있는데, 어머니가 대전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계시니깐 손녀를 좀 돌보면서 바깥세상으로 계속 꺼내드리기 위해서 제주도로 이사 보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성남에 계셨는데 어머니가 언제 응급실을 가실지도 모르기에 성남에서의 일을 접고 같이 제주도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바로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셔서 3월에 어머니, 아버지가 제주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어머니는 눈에 보일 정도로 건강해지셨고 매일 바다를 보시면서 노후를 즐기고 계신다. 친형이 카페를 차려서 도와주시러 나가시기도 하고 매일 손녀를 보면서 재미없고 지루했던 일상이 많이 바뀌신 것 같다.
 
식사도 잘하시고 활동량도 많아지다 보니 몸무게도 많이 늘어나셨고 근력도 어느 정도 생기신 것 같다. 몰론, 나는 대전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어서 가끔 공허하지만, 매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건강해진 건 엄마뿐이 아니다. 지금 키우고 있는 반려견들이 모두 유기견이서서 산책 나가는 걸 엄청 무서워해서 잘 못 시켰는데, 제주도에서는 매일같이 산책을 나가고 있다고 한다. 제주로의 이사가 모든 가족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서 정말 잘한 선택이구나 지금도 생각이 든다.
 

쉼표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마치고 일기를 쓰는데 문득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난 어떻게 살아왔었는지, 지금의 나는 어떤지 한 줄 한줄 정성스레 써내려 갔다. 
 

20살에는 대학을 가고, 21살에는 군대를 가고, 24살에는 가게를 차리고,
25살에는 코로나로 가게를 폐업하고, 26살에는 개발자가 되었고,
28살에 이직을 하게 되고, 29살이 되었다.

앞만 보며 살아왔던 지난 날들
돌이켜 보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에는 항상 쉼표가 붙었다.

인생이란 도로 위에서 넘어질 때도
수많은 이정표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을 때도 있었지만
내 인생에서 잠깐의 쉼표였을 뿐이었다.



꿈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내가 내 속도에 맞게 달리는 건지, 지금의 내가 괜찮은 건지 한 번씩은 돌아봐야겠다고 생각이 든 한 해였다.
 
2024년에 들어오면서 세웠던 유튜브와 주말 강사 계획은 사실 도전을 포기했다. 유튜브 학원을 다니면서 '내가 정말 영상 제작에 재능이 없구나' 느끼기도 했고, 흥미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주말 강사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내가 만들어 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접게 되었다.
 
2025년에는 회사 내에서 직책을 맡는 만큼 조금 더 진중하게 개발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슬럼프를 거쳤으니 올해보다는 더 단단하게 나의 스펙을 올리고, 지금처럼 많은 비전공자들을 도와주면서 주변에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대전 내 IT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고, 많은 IT 관련 직종자분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좋은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올 한 해 고생 많았고, 내년에도 매년 하는 다짐처럼 더 좋은 개발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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